향기 나는 글/좋은 시 2843

아내는 2

아내는 2 나는 말이 적은 게 아니다. 그저 단순한 것이다 아내는 말이 많은 게 아니다 슬기로운 것이다 나는 한 번에 한 가지 일을 하지만 아내는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한다 상구두쇠 험담을 늘어놓으며 콩을 가린다 은근히 신랑 자랑을 하면서 고구마 줄기를 벗긴다 아들 녀석 안부 전화 받으면서 마늘을 깐다 이웃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토란대를 썰고 깻잎에 양념을 바른다 그리고 텔레비전 보면서 고추 꼭지도 딴다 가르친다고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 농부시인 서정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