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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군 삼마군도에서 즐긴 씨카약 투어링

야생초요 2007. 9. 17. 20:55
[Let's go Kayaking] 해남군 삼마군도에서 즐긴 씨카약 투어링
“땅끝의 다도해를 누벼라!”
▲ 하마도 남측의 해안 절벽아래 모인 카약들. 멀리 보이는 작은 섬은 무인도인 서당도다.

카약 투어는 피서도 겸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여름 레포츠다. 하체가 수면 밑으로 들어간 상태여서 여간 시원한 게 아니다. 카약에 앉아 패들링(Paddling)을 하다보면, 물론 뙤약볕이 내려쬐면 직사광선을 피할 길은 없지만, 바람이 불거나 흐린 날에는 추위를 느낄 정도다.


바캉스가 절정이던 8월 초 카약 투어를 위해 해남(海南)을 찾았다. 마침 다음카페 후지타카약 동호회 ‘카약과 캠핑’의 여름캠프가 이곳에서 열리고 있었다. 1주일 동안 현산면의 한 폐교를 베이스캠프 삼아 주변 바다를 투어링하는 것이 이 캠프의 목적이었다. 취재팀은 이들의 ‘땅끝 바다 여행’에 동행해 바다 카약의 묘미를 맛봤다.


▲ 해변으로 카약을 이동하고 있는 회원들.

전라남도 남서쪽 끝에 돌출한 해남군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반도(半島)다. 특히 서쪽은 진도(珍島), 동쪽은 완도(莞島)라는 큰 섬이 막고 있어 유난히 바다가 조용한 것이 특징. 해안선을 따라 산재한 아담한 섬 경관도 멋져 카약 투어에 최적의 환경을 지닌 곳이다.


이번 투어 대상지는 해남반도 남부와 진도 사이에 위치한 삼마군도(三馬群島)로 잡았다. 해남군 화산면에 속한 곳으로 상마도, 중마도, 하마도 3개 섬으로 이루어진 지역이다. 육지부 해안에서 3km 남짓 떨어진 가까운 군도로 섬이 자그마해 일주해도 큰 부담이 없다. 섬 주변에 주기적으로 형성되는 강한 조류만 주의하면 별 어려움 없이 투어가 가능하다.
 


두 팔의 힘만으로 섬을 왕복하다


▲ 하마도와 중마도 사이의 포구에서 패들링 중인 이호석 회원.

정오를 넘겨 햇살의 강도가 한 풀 꺾일 즈음 투어를 준비한다. 아무리 뛰어난 체력을 가진 이들도 한여름 뙤약볕에서의 패들링은 고역이다. 가장 더울 때를 피해 약간 기온이 떨어졌을 때가 적절한 타이밍이다. 여름에는 너무 먼 거리 투어를 삼가는 것이 좋다. 더위를 피하며 즐길 수 있는 적당한 코스를 잡는 것이 무난하다.


승합차 위에 여러 대의 카약을 싣고 화산면 송평 해수욕장으로 이동했다. 곧고 긴 백사장이 인상적인 이 해변은 해남의 해수욕장 가운데 비교적 한적한 곳이다. 하지만 피서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기라 적지 않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 해식애가 형성된 하마도 남측 해안을 따라 투어링 중인 카약과 캠핑 회원들.

사실 해수욕객이 많은 해변은 카약 승선지로 적당치 않다. 물놀이객과의 충돌사고 위험이 높고, 간혹 카약 타기를 제지하는 안전요원들과 마찰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땅한 곳을 찾기 힘들어 그냥 이곳 백사장에서 카약을 타기로 했다.


차를 세운 공터에서 카약을 조립하고 곧바로 해변으로 향했다. 파도가 들어오는 백사장에서 카약에 올라탄 뒤 천천히 깊은 바다로 노를 저어 나갔다. 물보라를 일으키는 파도는 해변에서 조금만 떨어져도 금방 숨을 죽였다. 고요하지만 끊임없이 꿈틀대는 바다 위에 앉은 느낌은 참으로 묘하다. 급류가 흐르는 강과는 또 다른 대자연의 선 굵은 힘을 느낄 수 있다.


▲ 역동적인 패들링을 선보이고 있는 양동준 회원.

오른쪽 멀리 보이는 섬이 삼마군도 최하단의 하마도(下馬島)다. 남쪽 면에 발달한 10m 높이의 해식애가 멋진 섬이다. 첫 번째 목적지가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거리라 마음이 가볍다. 목적지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부드럽게 패들링을 계속했다.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 하마도가 눈앞에 다가왔다.


고요한 바다에서 보는 절벽은 아름다웠다. 바닷물에 깎이고 패인 자그마한 동굴과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졌다. 벼랑 위쪽은 오랜 세월 짠 바람을 맞으며 살아온 질긴 생명력의 숲이 빽빽했다. 카약이 아니면 도저히 볼 수 없는 바다의 절경을 감상하며 천천히 섬을 돌아나갔다.


멀리서 고깃배가 들어오며 긴 경적을 울린다. 뱃사람들이 우리에게 손을 흔든다. 여러 대의 카약이 바다 위를 떠다니는 모습은 분명 그들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을 것이다. 호각을 불고 패들을 흔들어 인사를 나눴다. 패들링을 계속해 중마도와 하마도 사이의 작은 포구로 들어섰다. 어선 몇 척이 정박해 있는 호수처럼 조용한 곳이다. 하마도에 배를 대고 섬에 상륙했다.

바다 카약 투어의 복병 조류(潮流)

▲ [좌]삼마군도 투어링에 시작 전 송평해수욕장의 백사장에서 기념촬영을 한 회원들. [우]2인승 카약을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버지와 아들.

애초에 계획했던 것은 ‘무인도 캠핑’이었다. 배를 타고 무인도에 도착해 하룻밤을 보내는 일은 무척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현실은 녹녹치 않다. 특히 무인도는 식수를 구할 수 없는 것이 문제다. 마실 물과 야영장비 등을 모두 배에 싣고 옮겨야 캠핑이 가능하다. 야영장소도 만만치 않다. 모래가 깔린 넓은 해변이 드물고 숲속은 발 들여놓기 어려울 정도로 빽빽한 곳이 대부분이다.


유인도인 하마도 역시 물이 귀한 곳이었다. 식수는 모두 육지에서 길어다 먹는다고 하니 라면 끓일 물을 얻기도 미안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하마도 아주머니들의 인심은 넉넉했다.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들을 그늘로 불러들여 쉬게 해줬고, 식수는 물론 묵은 김치와 수박까지 꺼내 놓으며 환대했다. 일면식도 없는 이들에게도 베풀 줄 아는 분들이었다.


▲ 투어링 도중 해벽 앞에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는 회원들.
하마도에서 늦은 점심을 마친 뒤 주민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섬을 빠져나왔다. 중마도를 서쪽으로 돌아 상마도 사이로 접어들었다. 조용하던 바다가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한다. 해벽에 부딪혀 튀어 오르는 물보라의 세기도 더욱 강해졌다. 섬 사이를 빠져나가는 바닷물이 강물처럼 강한 조류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 하마도에서 중식을 준비하고 있는 회원들. 주민들의 호의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힘찬 패들링으로 울렁거리는 바다를 빠져나가니 또 하나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물때가 바뀌며 삼마군도와 송평 해수욕장 사이에 심한 조류가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양식장의 부표에 걸린 해초들이 휘날리는 깃발처럼 한쪽으로 길게 누웠다. 잠시만 패들링을 멈춰도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배가 흘렀다. 이제 믿을 것은 두 팔뚝뿐이다. 끊임없이 패들을 돌리며 목적지로 이동했다. 손아귀가 뻐근해지는 느낌이 은근히 좋다. 이런 묘한 기분도 바다 카약의 매력인 모양이다.  



/ 글 김기환 기자 ghkim@chosun.com
/ 사진 조영회 기자 remnant@chosun.com

찾아가는 길


송평 해수욕장으로 가려면 일단 해남까지 간다. 해남에서 땅끝 방면 13번 국도를 타고 가다 화산면 소재지의 사거리에서 우회전해 77번 국도를 이용한다. 송평 해수욕장 방면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다. 해수욕장에는 주차장과 샤워시설 등이 완비되어 있다. 성수기에는 주차비를 받는다.


투어링 카약 입문


카약 동호회인 카약과 캠핑(cafe.daum.net/fujitakayak)을 통해 투어링 카약을 접할 수 있다. 거의 매주 전국의 강과 바다에서 투어를 진행하며, 신입회원은 일정액의 투어비(1일 50,000원선)을 내면 장비 없이도 투어링 카약 체험이 가능하다. 카페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투어링 카약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카약을 배 위에 싣고 이동 중인 차량들.

안전한 카약을 위한 지침


투어링 카약은 비교적 안전한 수상스포츠지만 분명 모험적인 색깔이 강하다. 특히 일반적인 방법으로 접근이 힘든 곳을 탐사하는 경우가 많아 언제든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안전한 카약 투어링을 위해서는 반드시 준수해야할 몇 가지 지침이 있다. 카약과 캠핑 동호회 게시판에 소개된 ‘안전한 카누타기’를 위한 지켜야할 사항을 정리해 소개한다.


●반드시 라이프재킷(구명동의)을 착용할 것. 라이프재킷은 익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안전장치다. 자신의 몸무게에 맞는 충분한 부력을 지닌 제품을 체형에 맞게 착용해야 한다.
●카약의 모델에 맞는 레슨을 받을 것. 카약은 즐기는 사람과 장소, 기술 수준 등에 따라 여러 모델이 있다. 배를 자신의 의지대로 조작할 수 있도록 모델에 맞는 기술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카약강습회에 참가해 교육을 받는다.
●혼자서 타지 않는다. 투어링은 확실한 패들링과 조정기술, 구조기술을 지닌 중상급자와 함께해야 한다. 단독으로 배를 타면 긴박한 상황이 발생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없다. 특히 바다와 같이 위험한 곳은 반드시 팀으로 움직여야 한다.
●필요에 따라 헬밋을 착용해야 한다. 수심이 얕은 곳과 바위가 많은 곳은 전복되더라도 머리를 보호해주는 헬밋을 착용해야 한다. 한탄강과 내린천 등 위험한 급류지대에서도 헬밋을 착용해야 한다.
●특정의 모델에는 부력체가 필요하다. 카약의 수몰을 방지하기 위해 모델에 따라 풍선 형태의 부력체(에어백)가 필요하다. 특히 오픈형 카누는 부력체 장착이 필수다.
●구급처치법과 구명훈련을 익힌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구급처치법과 구명훈련을 숙지한다. 또한 이에 필요한 구급상자와 구명기구 등을 휴대해야 한다.
●수온과 기온에 맞는 전용 의류를 착용한다. 수온과 기온이 낮을 경우 장기간 신체를 젖은 상태에서 방치하면 저체온증에 걸릴 수 있다. 수온과 날씨에 맞는 속건성, 보온성이 뛰어난 카약 전용 의류를 착용해야 한다. 특히 수온은 낮은데도 햇살이 강해 체감온도가 높을 경우가 위험하다. 체감온도보다 수온을 버틸 수 있는 의류를 선택해야 한다.
●사용 전에는 장비를 철저히 점검한다. 카약을 사용하기 전에 철저한 체크가 필요하다. 카약의 외피나 본체, 뼈대 등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다. 라이프 재킷 등 주변 용구도 마모, 파손, 고장의 징후가 있는지 항상 살펴본다.
●조건이 나쁠 경우 카약 타기를 중지한다. 바다, 강, 호수 등은 기후에 따른 상황의 변동이 쉬운 장소다. 태풍 또는 폭우로 물이 불고 있는 강과 성난 바다는 매우 위험하다. 과감하게 카약 투어링을 포기하는 것도 안전을 위한 좋은 선택이다.
●낯선 장소, 불확실한 장소는 사전조사가 필수. 카약을 타기 전에 미리 대상지를 조사하는 것은 필수다. 특히 처음 가는 낯선 곳은 철저한 조사와 사전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인공 건조물은 피한다. 인공적으로 부설된 건조물(호안 블럭, 댐, 제방, 취수구, 부표 등 어로시설)은 바위와 같은 자연의 장해물보다 훨씬 위험하다. 가까이 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특히 ‘테트라’라고 불리는 호안 블록은 물을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다.
●자신의 능력이상의 행동은 금물. 무리한 행동은 대단히 위험하다. 현지 상황과 자신의 기술 수준, 당일의 컨디션을 객관적으로 잘 판단하고 투어링에 임한다. 특히 카약에 조금 익숙해졌을 때의 자만심이 제일 위험하다.
●타고 내리는 것을 방해하는 개조, 장착, 적재는 위험. 투어링 도중 전복되면 카약에서 신속히 탈출해야할 경우가 있다. 이 때 쉽게 타고 내리기를 방해하는 개조, 장착, 적재는 위험하다.
●몸 상태가 완전한 상태로 배에 올라야 한다. 무리한 운전이나 감기 등 몸 상태가 나쁠 경우 강행군은 피해야 한다. 또 만성적인 질병이 있는 사람은 카약을 시작하기 전에 의사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
●남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 투어링 도중 발생하는 여러 가지 상황에 남을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업 중인 어부나 해녀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특별자연보호구역, 일부의 댐, 호수 등 출입이 금지된 장소는 허가 없이 들어가지 않는다.
●긴급연락용 장비 휴대. 강, 호수, 바다를 투어링할 때는 휴대전화를 방수케이스에 넣어 휴대한다. 긴급상황시 경찰(112), 소방구조대(119)에 즉시 연락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