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나는 글/좋은 시

매화앞에서 / 이해인

야생초요 2013. 7. 25. 07:03

 

    매화앞에서 / 이해인

     

     

    보이지 않기에 더욱 깊은

    땅속 어둠 뿌리에서 줄기와 가지

    어둠에 이르기까지 먼길을 걸어온

    어여쁜 봄이 아침에 여기 앉아

    있네

    뼛속 깊이 춥다고 신음하며

    죽어가는 이가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하던

    희디흰 봄 햇살도 꽃잎 속에 접혀

    있네

    해마다 첫사랑의 애톳함으로

    제일 먼저 매화 끝에

    피어나는 나의봄

    눈 속에 묻어두었던 이별의 슬픔도

    문득 새가되어 날아오네

    꽃나무 앞에 서면

    갈곳 없는 바람도 따스하여라

    살아갈수록 겨울은 길고

    봄이짧더라도 열심히

    살거란다

    그래,알고 있어

    편하게만 살 순 없지

    매화도 내게 그렇게

    말했단다,

    눈이 맑은 소꿉동무에게

    오늘은 향기 나는 편지를 쓸까

    매화는 기여이

    보드라운 꽃초럼 숨겨 두려도

    눈물 한방울 내 가슴에 떨어뜨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