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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설날 / 이효녕

야생초요 2013. 6. 5. 08:03

 


어머니의 설날 / 이효녕


유년의 세월 앞에 두고 떠나온 고향
귀향 열차 기적소리 들길 걸어오면
마음으로 타오르는 그리움 불길 지펴
객지로 떠나보낸 자식 기다리시는 어머니
이마의 주름은 세월의 강입니다

삶의 변방에서 자식들 돌아온다는
설레는 마음에 며칠 밤 지새우며
세월로 스쳐간 기억만큼 풍성하게 차린
자식들 많이 먹이려 마련한 설날음식
돌아보는 기쁨이 마음을 흔들던 어제의 설날
그러나 이제는 숨 쉬는 것마저 힘든
어머니 몸에 엉킨 매듭입니다

가벼워진 몸 이불자락에 의지하면서
물끄러미 물밑 내려다보시는 어머니
자식들 얼굴조차 희미하기에
이제 바깥 거동은 조금도 못하시지만
내 사랑의 자리는 삶의 강물로 흐르다가
설 차림 상위에 올라 앉아 계시는 어머니
아직 생전에 계신 얼굴 들어
앞으로 떠나가실 하늘 바라보는 모습
빨래하시던 강을 건너려
강가의 매어 놓은 작은 나릇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