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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 돌아 가는 길 / 박노해

야생초요 2013. 5. 28. 08:07


    굽이 돌아 가는 길 /   박노해

     

    올 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 바로 흘러가는 물 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보다는

    산 따라 물 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 앉지 마십시요

    돌아서지 마십시요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레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는 것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굳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 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