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나는 글/좋은 시

민들레의 영토 / 이해인

야생초요 2013. 6. 14. 05:45

 

    민들레의 영토 / 이해인


    기도는 나의 음악
    가슴 한복판에 꽂아 놓은
    사랑은 단 하나의
    성스러운 깃발

    태초부터 나의 영토는
    좁은 길이었다 해도
    고독의 진주를 캐며
    내가 꽃으로 피어나야 할 땅

    애처로이 쳐다보는
    인정의 고움도
    나는 싫어

    바람이 스쳐 가며
    노래를 하면
    푸른 하늘에게
    피리를 불었지

    태양에 쫓기어
    활활 타다 남은 저녁노을에
    저렇게 긴 강이 흐른다

    노오란 내 가슴이
    하얗게 여위기 전
    그이는 오실까

    당신의 맑은 눈물
    내 땅에 떨어지면
    바람에 날려 보낼
    기쁨의 꽃씨

    흐려 오는
    세월의 눈시울에
    원색의 아픔을 씹는
    내 조용한 숨소리
    보고 싶은 얼굴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