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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탕! 접시를 깨자, 스트레스를 박살내자

야생초요 2006. 7. 10. 16:27

탕! 탕! 접시를 깨자, 스트레스를 박살내자

[JES]


2004년 8월 16일 아테네 마르코폴로 사격장. 아테네 올림픽 사격 여자 트랩 결선에 올라선 6명의 선수들이 사대에 올라섰다. "아" 신호와 함께 접시(피전)가 날아가고, "탕"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난다. 25발을 쏘는 경기에서 12발까지 퍼펙트를 쏜 선수가 인상적이다. 바로 한국의 이보나다.

6위로 결선에 올랐지만 다른 선수들이 실수를 계속하면서 23발째 드디어 3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남은 2발을 명중. 동메달을 목에 건다. 한국 사격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클레이 종목에서 메달을 따는 장면이다. 또한 클레이 사격이 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흥분되는 일인지 절감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날아가는 새를 떨어뜨려라

클레이 사격의 발상지는 영국이다. 18세기 영국에서 야생 조수는 모두 국왕의 소유물로 되어 있어 일반 시민들은 수렵에 대해 엄중한 규제를 받았다. 그래서 수렵을 대신해 사격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 피전 슈팅(Pigeon Shooting)이다. 1856년 H.필드가 바구니에 비둘기를 넣어 두고 조수가 멀리서 끈으로 뚜껑을 열어 비둘기를 날려 이를 사격하는 경기를 고안해 낸 것이다.

하지만 비인간적이라는 논란이 일고, 비둘기도 점차 부족해지자 대중화를 위해 1880년 미국에서 오늘날과 같은 진흙(Clay)으로 빚은 접시 모양의 표적을 쓰기 시작하면서 클레이 사격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접시가 피전이라 불리는 것은 이렇게 비둘기를 대체한 역사적 배경 때문이다.

피전은 지름 11㎝, 두께 약 25㎜, 무게는 105g 정도. 이것을 공중에 방출하고 산탄을 쏘아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과 순간적 판단력·동작이 요구된다.

■드디어 총을 잡다

클레이 사격을 하러 찾은 곳은 화성에 있는 경기도종합사격장. 일반인 초보자들은 아메리칸트랩부터 시작한다. 아메리칸트랩은 사대에서 12m 가량 떨어진 땅속에서 10m쯤 솟아올라 40㎞/h 정도의 속도로 50m쯤 수평으로 날아가는 피전을 떨어뜨리는 종목이다.

 

이곳 경기도종합사격장은 사수와 코치가 1대1로 들어가 안전사고 예방은 물론 사격법을 가르쳐 준다. 기자와 함께 들어간 코치는 국가대표 선수와 대표팀 코치를 역임했던 최현주 팀장. 먼저 방탄 조끼를 입고 귀마개를 한 후 사대에 들어섰다. 엽총을 드는데 상당히 무겁다. 3.75㎏. 군 시절 쏘았던 M16소총이 2.9㎏, 현재 군에서 쓰고 있는 K2가 3.26㎏이고 보면 묵직한 느낌이 들 만하다.

 

산탄을 집어넣고 탄피를 빼는 법을 배운 후 사격 자세를 취해 본다. 왼발을 12시 방향, 오른발을 뒤로 한 발 정도 빼고 2시 방향으로 향한다. 엉덩이는 뒤로 조금 빼 상체를 앞으로 굽혀 인사하는 듯한 자세를 취한다. 개머리판을 어깨에 밀착하고 윗잇몸과 광대뼈 사이에 개머리판 앞부분을 바짝 갖다 댄다.



■접시를 깨뜨리자

드디어 모든 준비 완료. "아" 고함을 치니 피전이 솟는다. "탕" 피전은 멀쩡하게 날아가고 기자는 뒤로 기우뚱 중심을 잃고 밀려난다. 총의 반동이 생각보다 크다. 한 발 정도 벌렸던 오른발을 반 보 더 뒤로 했다. 그리고 다시 "탕", 최 팀장이 잘 맞췄다고 한다. '어, 그런데 내가 맞추긴 맞춘 거야?' 상당히 긴장했나 보다. 피전이 살짝 깨졌다는데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총신 위에 튀어나온 가늠자(립·사이트) 중 먼 쪽에 있는 것을 가까운 쪽 바로 위로 올려놓고 피전이 보이면 바로 쏘세요." 최 팀장의 말 한마디에 피전이 연달아 깨졌다. 신바람이 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번번이 피전은 약을 올리듯 멀리 날아가 버린다.

 

"너무 잘하려고 하니 그래요. 피전이 보인다 생각하는 순간 더 조준하지 말고 방아쇠를 당기세요." 최 팀장의 격려에 힘을 내지만 점차 총의 무게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자세가 흐트러지면서 계속 실수. 그래도 절반은 맞춘 듯싶다. 더 쏘고 싶었지만 "처음 시작할 땐 무리를 해선 안된다"라며 최 팀장이 충고한다. 그러고 보니 어깨가 조금 아프다. 통과의례란다.

 

공기총부터 시작해 클레이 사격을 한 지 20년 된다는 안종국(67)씨는 "총을 쏠 때 온몸을 움직이는 반동이 너무 좋다. 허리 디스크 걱정은 사격으로 다 씻는다"며 통증은 점차 없어질 거라고 안심시킨다.

<팁>■클레이 사격을 즐기려면

클레이 사격은 14세 이상이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 이날 기말고사를 마치고 처음으로 사격장을 찾았다는 용인 상갈중학교 3학년 박정호군과 류근중군. "처음엔 어려울 것 같았지만 정말 스릴 만점이에요. 오락보다 재미있는 것 같아요. 다음에 또 와서 다 맞출 겁니다."

 초보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아메리칸트랩에서 벗어나 올림픽 종목인 스키트·트랩·더블 트랩을 이용하기 위해선 전담 코치를 두고 1개월 이상 배우면 가능하다.

■클레이 사격 장비

▲방탄 조끼·귀마개: 사격장에서 대부분 무료로 대여해 준다.

▲엽총: 트랩용으로는 상하 쌍대·구경 12게이지·총신 30인치(76.2㎝)·전장 125㎝·무게 3.75㎏의 일본제 미로쿠와 이탈리아제 페라찌를 주로 사용한다. 이탈리아제 베레타는 무게가 3.4㎏으로 조금 덜 나간다. 스키트용은 총신이 28인치(71.1㎝)로 더 짧다. 가격은 300만원~800만원대 이상.

▲실탄: 7호에서 9호 반까지 있다. 트랩용은 7호와 7호 반, 스키트는 9호와 9호 반을 사용한다. 7호는 300알, 9호는 350알 정도의 좁쌀 알 모양의 납 산탄으로 되어 있다. 가격은 한 발에 200원 안팎.

■클레이사격 종목

▲트랩·더블 트랩(trap·double trap): 트랩은 피전이 사수의 신호로 전방의 방출기로부터 좌우 45&#46012; 이내에서 정해진 높이가 없이 방출되며, 첫 1발째가 실패했을 경우 2발째의 추가 발사가 가능하다. 더블 트랩은 동시에 두 개의 피전이 비행하며 한 피전에 한 발씩 쏘게 된다. 트랩의 피전 비행 속도 80~90㎞/h보다 느리며 비교적 완만하고 방향이 일정하다.

▲스키트(skeet): 근거리 사격으로 사대 좌우에서 번갈아 또는 동시에 방출되는 피전을 쏜다. 1라운드 25개의 표적을 5명의 사수가 1조가 되어 쏜다. 처음에는 왼쪽 하이하우스(풀)에서 방출되는 표적을 쏘고, 이어 오른쪽의 로하우스(마크)에서 방출되는 표적을 쏜다. 피전의 비행 속도는 60~80㎞/h 정도이며 비행 거리는 65m 안팎.

글·사진 이방현 기자 ataraxia@il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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