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맛, 여행의 안팎
배출도 때로는 약이 될 수 있다고 했어
여행의 맛은 먼 곳을 향한 감정의 배출이기도 하거든
여행은 틀을 깨는 힘도 있어 떠나야 하지
러시아 자작나무 숲을 거닐던 날도 그랬지
그림엽서 속에서 봤던 하얀 커튼이
바람에 휘날리는 별장의 창가에서
보내지도 않을 연서를 쓰다가
이름을 채 적기도 전에 허물어지듯 지워버리고 말았어
그곳은 한낮 고요가 깊기도 하였거든
멀리 행성을 타고 떨어져나간 쉼터였어
- 김계영의 시집《흰 공작새 무희가 되다》에 실린
시〈여행의 안팎〉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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