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 가는 곳/웃어요

남편의 설날 다음날 일기

야생초요 2024. 2. 10. 05:59

남편의 설날 다음날 일기

 

 

벽에 걸린 달력 보니 어이쿠야 설날이네

짐싸면서 투덜대는 당신 보면 괴롭구나

 

마누라야 니만 되나 눈치보는 나도 되다

아내들은 육체노동 가장들은 마음고생

 

욕을해도 설날가고 웃고해도 세월간다

속편하게 보여지는 직장얘기 들어보게

 

직장에서 더러븐꼴 속속들이 밝혀봄세

새파란게 상사라고 반말거리 예사하고

 

영업실적 나쁘다고 결재서류 날라가네

봉급쟁이 오장육부 시꺼멓게 다탄다네

 

존심눌러 꾹꾹참다 눈을치켜 떠보자니

짤라삐까 지방 갈래 막말마구 하는구나

 

쉬바쉬바 욕나와도 아부웃음 지어야지

내자리에 돌아와서 담배뻑뻑 피워대니

 

주위동료 안됐는지 소주 한잔 한잔 하자하네

술에 취해 실려온 날 그날 낮에 벌어졌네

 

내일은 꼭 사표 낸다 너 이놈아 잘 살아라

사직서를 주머니에 꼭꼭 써서 간직 했네

 

해장국을 끓여주며 학원비를 걱정하는

당신 얼굴 쳐다 보며 사직서를 찢었다네

 

눈물펑펑 쏟으면서 변소에서 찢었다네

당신없고 자식없음 내가말라 이라겠노

 

어릴적꿈 장군이요 주위 기대 컸었다네

마누라야 잘난 서방 직장에서 이래 산다

 

시엄마와 얘기해도 야단맞나 속이철렁

시누하고 마주봐도 싸움났나 속이덜컹

 

그리힘이 든다하면 다음부터 내가하마

당신하고 시댁식구 온천가라 내가한다

 

마누라야 우지마라 속상하다 울지마라

남편 신세 처량타고 눈물 콧물 내지마라

 

시누하고 시동생이 당신 자랑 침 마른다

시엄마가 섭섭해도 잠시 잠깐 참아 봐라

 

동서들이 미워뵈도 형님노릇 쉬운일가

모로가도 사흘가고 도로가도 사흘간다

 

부모들이 사신다고 천년만년 사실쏘냐

부모에게 베푼만큼 자식들이 돌려주니

 

콩심은데 팥이 나나 효도해야 효도받네

마누라야 고맙구나 자네 정말 착하구나

 

자네 조금 참았더니 온 집안에 칭찬자자

당신 얼굴 밝게하니 보름달이 따로 없다

 

이번 설날 마치거든 우리 둘만 시간 내자

이리옆에 오자꾸나 내 팔베개 빌려 주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