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 가는 곳/웃어요

부인의 착각

야생초요 2020. 10. 23. 08:14

부인의 착각

 

여고동창 모임이 늦게 끝나서

밤늦게 집으로 돌아온 부인이

조용히 안방 침실 방문을 열어보니

이불 아래로 다리가 두 개가 아니라

네 개가 있다는 걸 알아챘다.

 

부인이 생각하기를,
‘아…이것이 소위 신라의 처용이

읊었다는 ‘처용가’의 바로

그 거시기한 상황이로세.

이 남자가 간땡이가 붓더니

아주 미쳤구만∼.’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부인은

후다닥 달려나가서는 신발장 옆에

세워둔 남편의 골프채를 집어 와서

안방으로 돌아와 있는 힘을 다해서

이불을 여러 번 마구 내리쳤다.

 

이윽고 분풀이를 마친 부인은

땀을 훔치며 와인이라도

한잔 마시려고 부엌으로 갔더니,


남편이 그곳에서 신문을

읽고 있는 것이었다.

 

의외의 상황에 당황한 부인에게

남편이 말했다.

.

.

.

.

“이제 왔어? 웬 땀을 그렇게 흘려?

 

 

 

장인 장모가 갑자기 오셔서

우리 침실을 내드렸는데,

인사는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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