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 가는 곳/웃어요

건망증 에피소드

야생초요 2020. 6. 9. 05:49

건망증 에피소드

 

 


① 계단에서 굴렀다. 훌훌 털고 일어났다.
그런데 내가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는지,
내려가고 있었는지 도무지 생각이 안 난다.

 

② 아침에 일어나 이를 닦으려고 화장실에 갔다.
그런데 내 칫솔을 도대체 찾을 수가 없다.
색깔도 기억이 안 난다. 달랑 4개의 칫솔 중에서.

 

③ 학교에 가려고 집을 나서다가 잊은 것이 있어서 도로 집에 갔다.
그런데 내가 뭘 가지러 왔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한참을 고민하고 찾다가 애꿎은 우산 하나를 가져왔다.
그날은 하루종일 햇볕이 쨍쨍했고
그날 저녁 난 학원에서 교재없이 공부를 해야 했다.

 

④ 대학교 1학년때 시험을 쳤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완벽하게 친 것 같았다.
공부를 열심히 했으니 당연했다.
그런데 며칠후 교수님이 말하길
“답안지 학번란에 30835라고 쓴 놈 나와!…”
그렇다, 난 고3때 3학년 8반 35번이었다.

 

⑤ 자장면 먹을 때 다 먹고 나면 내 자장면 그릇 위에
한 입만 베어먹은 단무지가 7~8개는 있다.

 

⑥ 택시를 탔다. 한참을 달리고 있었다.
근데…십이지장 저편에서 뭔가 심상찮은 궁금증이 용틀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사아저씨한테 이렇게 물었다.
“아저씨, 제가 아까 어디 가자고 했죠?” “… …”

 

⑦ 가방 속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 내 손에 들려진 것은 우리집 무선전화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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