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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집을 짓게 하소서 / 이어령

야생초요 2012. 11. 16. 08:03

내가 살집을 짓게 하소서 / 이어령

 



내가 살집을 짓게 하소서
다만 숫가락 두개만 놓을수있는
식탁만한 집이면 족합니다
밤중에는 별이보이고 낮에는 구름이 보이는
구멍만한 창문이 있으면 족합니다

비가오면 작은 우산만 한 지붕을
바람이불면 외투자락 만한 벽을
저녁에 돌아와 신발을 벗어 놓을때
작은 댓돌 하나만 있으면 족합니다

내가 살집을 짓게 하소서
다만 당신을 맞이할때 부끄럽지 않을
정갈한 집한체를 짓게 하소서
그리고 또 오래오래
당신이 머물 수있도록

작지만 흔들리지 않는
집을 짓게 하소서
기울지도 쓰러지지도 않는 집을
지진이나도 흔들리지 않는 집을
내영혼의 집을 짓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