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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의 빈 배

야생초요 2021. 6. 14. 09:36

장자의 빈 배

 

 

장자는 강에서 홀로 나룻배를 타고 명상에 잠기곤 하였다.

그 날도 장자는 여느 때처럼 눈을 감고 배 위에 앉아 명상에

잠겨 있었다.

그 때 갑자기 어떤 배가 그의 배에 부딪쳐 왔다.

화가 치민 장자는 눈을 감고 생각을 했다.

"무례한 인간이군. 내가 눈을 감고 명상 중인데 어찌하여

내 배에 일부러 부딪친단 말인가?"

장자는 화난 표정으로 눈을 부릅뜨며 부딪쳐 온 배를 향해 소리를

치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 배는 비어 있었다. 아무도 타지 않은 빈배였다.

그저 강물을 따라 떠내려 온 빈 배였던 것이다.

순간 장자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후에 장자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 모든 일은 그 배 안에 누군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만일 그 배가 비어 있다면 누구도 소리치지 않을 것이고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세상의 강을 건너는 내 배를 빈 배로 만들 수 있다면

아무도 나와 서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내게 상처 입히려 들지 않을 것이다.

내 배가 비어 있는 데도 사람들이 화를 낸다면 그들이

어리석은 것이다."

"내 배가 비어 있다면, 나는 다른 사람들이 화내는 것을 즐길 수 있다.

텅 빈 공간이 되어라. 사람들이 지나가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