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나는 글/좋은 시

[스크랩] "사랑" -김용택-

야생초요 2006. 10. 13. 09:37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어
   몹시 괴로운 날들이었습니다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잊을 것은 잊어야겠지요
   그래도 마음속의 아픔은
   어찌하지 못합니다
   계절이 옮겨가고 있듯이
   제 마음도 어디론가 옮겨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봄이
   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
   우리들의 보리들이 새파래지고
   어디선가 또 새 풀들이 돋겠지요 
  

   이제 생각해 보면 당신도

   이 세상의 하고 많은 사람들 중의 한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을 잊으려 노력한
   지난 몇개월 동안
   아픔은 컸으나
   세상이 더 넓어져
   세상만사가 다 보이고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다 이뻐보이고
   소중하게 다가오며
   내가 많이도
   세상을 살아낸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당신과의 만남으로 하여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배웠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애틋이 사랑하듯
   사람 사는 세상을 사랑합니다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
   당신으로 이어지던 날들과
   당신의 어깨에 내 머리를 얹은 어느 날
   잔잔한 바다로 지는 해와 함께
   우리 둘인 참 좋았습니다
   이 봄은 따로따로 봄이겠지요
   그러나 다 내 조국 산천의 아픈 한 봄입니다
   행복하시길 빕니다
   안녕.


출처 : 이쁘고 고운 마음으로
글쓴이 : 맘님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