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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석탑이다!- "화엄사 사자탑"

야생초요 2006. 7. 2. 14:11
지난번에는 화엄사 '4사자삼층석탑'에 대해 알아 보았습니다. '4사자삼층석탑'이 화엄사의 대표적 유물이다보니 이 탑이 갖는 유명세 때문에 비슷한 형태를 갖추고 있음에도 사람들이 그냥 스쳐 지나가는 탑이 있으니 이 탑이 바로 “각황전 앞 사자탑”또는 “원통전 앞 사자탑”이라고 불리는 사자탑입니다.

 

                                                <화엄사 원통전 앞 사자탑> 

 분명히 효대에 있는 '4사자삼층석탑'처럼 사자 4마리가 배치되어 있음에도 명칭에서 4마리라는 의미는 뚝 떨어져 버리고 그냥 단순하게 “사자탑“이라고 불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 ”사자탑“의 입장에서 본다면 효대에 있는 '4사자삼층석탑'의 존재가 원망스럽기까지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4사자삼층석탑'만 없었더라면 지금같은 푸대접은 있을 수 없을뿐만 아니라 어엿한 사자탑으로서 한 행세 할 수 있을 것인데 말입니다.

 

                           < 사자탑 상층기단의 4마리 사자>

                                     <4사자삼층석탑의 상층기단 4마리 사자>

 

 '사자탑'을 살펴보면 효대의 사자탑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단의 우주를 4마리의 사자로 배치한 것도 똑 같은 형태이며 사자 머리에 탑신을 이고 있는 모습도 똑 같은 형태입니다. 당연히 이형석탑의 한 귀퉁이라도 차지하고 들어가야 마땅할 형태임에도 천대받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탑의 부분별 명칭>  출처: 박경식著 "탑파"


 탑을 구성하는 요소는 크게 3가지 부분으로 나뉘어집니다.

 

 우선 지면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공중에 떠올라 있을 수 없으니 당연히 땅위에 세워져야 할 것이고 돌의 무게가 있으니 기반이 내려 앉아 무너지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하여 지반을 잘 다지고 탑이 놓일 위치의 밑바탕을 만드는데 이 부분이 '기단부' 입니다. '기단부'는 탑의 전체적인 무게를 지탱해야 하는 관계로 주춧돌 역할을 하는 지대석(地臺石)이 놓이고 그 위에 기단이 올라가도록 비교적 든든하게 조성되고 있으며 지대석 위에 앉는 기단은 단층 또는 이층의 형태를 보이기도 하지만 어느 경우에는 이 기단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음은 탑의 중심이 되는 부분으로 몸돌로 불리는 ‘탑신(塔身)’과 탑신 위의 ‘지붕돌(屋蓋石)’로 불리는 부분입니다. 탑신은 탑을 이루는 중심이 되며 이 탑신이 몇 개의 층으로 이루어 졌느냐에 따라 몇 층탑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는 것입니다. 탑신부에서는 몸돌과 더불어 지붕돌이 있으며 이 지붕돌은 빗물받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목조건축에서의 지붕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며 이 지붕돌 아래는 몇 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지붕받침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탑의 윗부분인 '상륜부' 입니다. '상륜부'는 탑신 맨 위쪽의 몸돌이나 또는 옥개석 위에서부터의 부분을 말하는 것으로 탑이 원래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시는 경배의 대상이기에 '상륜부'의 조형은 대부분 신성함과 고귀함을 담고 있습니다.

'상륜부'의 맨 아랫부분을 '노반(露盤)'이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아주 깨끗한 이슬을 받는 그릇이라는 의미입니다.

 

 '상륜부'에 이루고 있는 부재의 용어는 주로 불교적 의미의 용어입니다. 이는 불법의 전파를 통하여 깨달음을 알고 극락정토를 이루며 불법이 만 천하에 이른다는 종교적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상륜부'는 탑의 '기단부'나 '탑신부'와 같이 견고한 돌이 아니기에 대부분의 '상륜부'는 시간이 흐르면서 떨어져 나가거나 결실된 것이 보통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원형대로 남아 있는 '상륜부'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며 대표적으로 원형이 보존된 '상륜부'는 남원 '실상사탑'이나 장흥 '보림사탑'을 들 수 있겠습니다.

 

                                     < 남원 실상사 삼층석탑의 상륜부>


 그렇다면 이 '사자탑'의 상층 기단부에 해당되는 사자부분을 '4사자삼층석탑'과 비교하여 보겠습니다. 형태는 '4사자삼층석탑'과 흡사하여 4마리의 사자가 몸돌을 머리에 이고 있는 모습은 똑 같습니다. 또한 사자를 한 마리 한 마리 뜯어 봐도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원통전 앞 사자탑의 사자>

                                    <4사자삼층석탑의 사자>

 암사자와 숫사자로 구분하기 위하여 사자 중 두 마리는 포효하는 모습이고 두 마리는 입을 다물고 얌전을 떠는 모습도 4사자삼층석탑과 똑 같은 모습입니다. 그러나 위의 두 장의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조형적인 측면에서는 '사자탑'의 사자가 효대의 '4사자삼층석탑'에 있는 사자와는 달리 상당히 간략화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사자탑'의 조성이 '4사자삼층석탑'을 모방하여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탑을 조성한 석공들이 사자를 본적이 없기에 정확한 표현은 어렵다 치더라도 사자의 전체적인 형상은 차치하고라도 으르렁 거리는 입의 모양도 먼저 만들어진 '4사자삼층석탑'이 더 사실적으로 묘사되었다는 점이며 사자 목에 걸려 있는 영락 또한 '사자탑'의 영락은 상당히 간략화 된것을 알 수 있으며 이외에도 움크린 다리의 곡선이라든가 앞발의 모습 등등에서 '4사자삼층석탑'의 조형성이 더 우수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탑이 안고 있는 문제는 사자부분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자 머리에 이고 있는 것은 분명 탑신이라고 불리는 탑의 몸돌과 같습니다. 몸돌의 아랫부분만 보아서는 탑이 분명한데 윗부분은 갑석에 연꽃의 잎이 하늘을 향해 활짝 피어 있는 형상, 즉 앙련(仰蓮)이 조각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사자탑 탑신석 상부의 仰蓮>

 그리고 그 위에 옥개석과 또 다른 몸돌이 있어야 함에도 바로 상륜부로 보이는 석재가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이유로 이 탑이 과연 탑이냐?  아니냐? 만약 탑이 아니라면 무엇이냐? 는 의문의 중심에 서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 사자탑은 무엇으로 알려지고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사자탑'을 벽에 붙어 있지 않고 따로 떨어져 있는 기둥인 ‘노주(露柱)’로 취급을 하고 있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이 탑이 이렇게 노주로 괄세 받는데는 상당한 불만입니다.

만약 효대의 '4사자삼층석탑'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탑에 대한 대접이 그리 소홀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더구나 효대의 '4사자삼층석탑'은 주변은 물론 공중에 아무것도 없는 뚫린 지역에 있어 높이에 비하여 상당히 솟아있는 느낌인데 비하여 '사자탑'은 '각황전'이라는 거대한 목조물 앞에 자리잡고 있어 3m에 이르는 높이임에도 그 위상이 많이 축소가 된 느낌인데 그마저 탑으로의 대접이 아닌지라 어찌 불만이 없을까요?


 사실, 사자 머리의 연꽃 조각이나 사자가 자리 잡고 있는 발아래의 연잎(覆蓮)의 모양은 그 조각 수법이 결코 '4사자삼층석탑'보다 못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섬세하고 정교한 조각 수법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조각 양식과는 달리 탑신에 있는 신장상은 얕은 돋을새김과 선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형태도 탑과는 달리 세련된 모습이 아닌지라 이런 신장상은 탑이 조성된 이후에 어느 누군가가 새롭게 돋을새김과 선각으로 만든 것이 아닐까 합니다.

 

                                <사자탑 사자 받침의 覆蓮>

                          <사자 머리에 이고 있는 갑석 아래의 仰蓮>

      <사자탑 탑신에 새겨진 신장상: 얕은 돋을 새김과 선각으로 되어 있다>

     <신장상의 확대모습 : 조각수법이 세련되지 않고 투박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 용도가 무엇인지 몰라 명칭에서 조차 4마리의 사자라는 용어도 빠져버린 사자탑... 이 탑의 양식을 우리 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조탑양식에 의하여 조성된 탑이라고 하기에는 그 근거가 너무 없는지라 석탑이라고 우기기에는 무리겠지만 부처의 진신사리나 또는 이에 상응하는 법신사리 등을 모시기 위한 석탑이 아니라면 이 탑의 용도는 무엇이었을까요? 분명한 것은 불교의 신앙대상물일텐데 아직도 그 명확한 용도조차 알아내지 못하고 화엄사 경내에서 4사자석탑의 유명세로 인한 상대적 홀대는 이 탑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느낄 수 있는 문화재에 대한 느낌을 반감시키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출처 : 문화예술 |글쓴이 : 가시나무새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