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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老)교수의 이야기

야생초요 2024. 10. 29. 06:48

어느 노(老)교수의 이야기

 

친구 한 사람 잃고 나니,

남은 당신들께 꼭 당부하고싶은 말이 있소.

 

어제는 지나갔으니 그만이고,

내일은 올지 안 올지 모를 일,

부디 내일을 위해 오늘을 참고 아끼는

어리석은 짓이란 이젠 하지 말기오.

 

오늘도 금방 지나간다오.

돈도 마찬가지요. 은행에 저금한 돈,

심지어는 내 지갑에 든 돈도

쓰지 않으면 내 돈이 아니란 말이오.

 

그저 휴지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오.

뭘 걱정 해?

지갑이란 비워야 한다오.

비워야 또 돈이 들어 오지.

차 있는 그릇에 무얼 더 담을 수 있겠소?

 

그릇이란 비워 있을 때

쓸모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오.

뭘 또 더 참아야 하리까!

이젠 더 아낄 시간이 없다오.

 

먹고 싶은 거 있거들랑

가격표 보지 말고 걸들린듯이 사먹고,

가고 싶은데 있거들랑 원근 따지지 말고

바람난 것처럼 가고, 사고 싶은 거 있거들랑

명품 하품 가릴 것 없이 당장 사시오.

 

앞으론 다시 그렇게 못한다오.

다시 할 시간이 없단 말이오.

그리고 만나고 싶은 사람 있거들랑

당장 전화로 불러내 국수라도 걸치면서,

하고 싶던 이야기 마음껏 하시오.

 

그 사람, 살아서 다시는 못 만날지 모른다오.

한 때는 밉고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던

당신의 배우자, 친구,

 

그 사람 분명 언젠가 당신 곁을 떠날거요.

그렇지 않은 사람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다오.

 

떠나고 나면 아차하고 후회하는 한 가지,

"사랑한다"는 말, 그 말 한마디 못한 거

그 가슴 저려내는 아픔,

당하지 않은 사람 절대 모를거요.

 

엎질러 진 물 어이 다시 담겠소?

지금 당장 양말 한 짝이라도 사서

손에 쥐어주고 고맙다 말하시오.

 

그 쉬운 그것도 다시는 곧 못 하게 된다니까.

그리고 모든 것을 수용하시오.

어떤 불평도 짜증도 다 받아드리시오.

 

우주 만물이란 서로 다 다른 것,

그 사람인들 어찌 나하고 같으리까?

처음부터 달랐지만

그걸알고도 그렁저렁 지금까지 같이 산 거 아니오?

 

그동안 그만큼이나 같아졌으면 되었지!

뭘 또 더 이상 같아지란 말이오?

이젠 그대로 멋대로 두시오.

 

나는 내 그림자를 잃던 날!

내일부턴 지구도 돌지 않고

태양도 뜨지 않을 줄 알았다오.

 

그러기를 벌서 10년이 넘었지만

나는 매주 산소에 가서 그가 가장 좋아하던

커피 잔에 커피를 타 놓고

차디찬 돌에 입을 맞추고 돌아온다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겨우 이 짓밖에 없다오.

어리석다고, 부질없다고, 미친 짓이라고 욕해도 .

난 어쩔 수 없다오. 제발 나같이 되지 마시오.

 

이것이 곧 당신들의 모습이니

"살아있을 때" 라는

공자도 못한 천하의 명언을 부디 실천하기 바라오.

 

지금 당장 넌지시 손이라도 잡고

뺨을 비비면서 귓속말로 “고맙다”고 하시오.

 

안하던 짓 한다고 뿌리치거들랑

“허허”하고 너털웃음으로 크게 웃어 주시오.

 

이것이 당신들께

하고픈 나의 소박하고 간곡한 권고이니,

절대로 흘려듣지 말고 언제 끝나버릴지 모르는,

그러나 분명 끝나버릴

남은 세월 부디 즐겁게 사시구려!

 

<모셔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