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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와 보물

야생초요 2008. 3. 17. 08:47
국보와 보물은 무엇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정되는 것일까?
국보와 보물의 ‘문화재로서의 수준 차이’는 얼마나 나는 것일까?
국보와 보물에는 지정 번호가 각각 있는데, 이 순서는 중요도의 차이를 말하는 것일까?


◆국보와 보물의 차이

문화재보호법상 문화재에는 유형문화재와 무형문화재, 기념물, 그리고 민속자료가 있다.
이중 유형문화재는 말 그대로 형태가 있는 문화재로, 국가가 지정하는 국보와 보물,
 그리고 국가가 지정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보존할 가치가 있을 경우 시·도 지정 유형문화재로 크게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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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7년에 고쳐 지은 국보1호 남대문
하지만 무엇이 국보이며 무엇이 보물인지,
그리고 시·도 지정 유형문화재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문화재보호법 제5조 ‘보물 및 국보의 지정’에 따르면 ‘유형문화재 중 중요한 것을 보물’로, 그
리고 ‘보물에 해당하는 문화재 중 인류 문화의 관점에서 볼 때 그 가치가 크고 유례가 드문 것을 국보’로 지정할 수 있다고만 돼 있다.
국보와 보물을 가르는 절대적인 기준은 사실상 없다.

예를 들어, 조선 세종 때(1447년) 고쳐 지은 남대문(숭례문)이 국보 1호인 반면,
조선 후기(1869년)에 완전히 다시 지은 동대문(흥인지문)이 보물 1호인 이유는 예술적인 수준 차이로 볼 수 있지만,
‘400여년 세월 차이’가 감안된 결과로도 생각할 수 있다.
조선 초기의 목조 건축물은 조선 후기의 것보다 훨씬 드물기 때문이다.
도자기 전공자는 도자기를 국보로 삼으려고 하고,
회화 전문가는 회화 작품을 국보로 삼으려는 경향이 강한 것도 ‘개인차’를 반영하는 것이다.

◆국보와 보물 지정 절차

문화재 지정은 사실상 문화재위원회가 좌지우지한다.
문화재청장이 위촉한 위원회이지만, 45년에 걸친 이 위원회의 결정을 문화재청장이 뒤집은 적은 없다.
때문에 “정부 위원회 중에서 가장 막강하다”는 이야기까지 듣는다.
옛 덕수궁 터에 지으려던 미국 대사관 신축이 2005년,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좌절된 것도 문화재위원회의 반대 때문이었다.

우선 보물은 문화재위원회 각 분과에서 지정 여부를 심의한다.
예를 들어 건축물 등 부동산(不動産)을 보물로 지정할 때면 문화재위원회 건축문화재분과가 담당한다.
불상 등 동산(動産)의 경우는 문화재위원회 동산문화재분과가 맡는다.
위원회의 심의 결과는 문화재청장을 통해 ‘지정 예고’ 형식으로 관보에 올려야 한다.
관보에 올릴 때는 ‘예고 기간’을 대개 30일 정도 두어 이의가 없는지 등을 살핀다.
이 기간 동안 이의가 없으면,
6개월 이내에 해당 문화재위원회 분과위의 지정 여부 심의를 다시 한 번 거쳐 최종적으로 문화재청장이 결정한다.

그러나 국보는 ‘한 단계’ 더 거친다.
문화재위원회의 각 분과가 “이것은 국보로 지정할 만 하다”고 결정하면 문화재위원회 국보지정분과위원회에 올린다.
국보지정분과위는 문화재위원회 각 분과위원회 위원장이 모두 포함되며,
분과위원장은 아니지만 사계(斯界)의 전문가를 몇 명 더한다.
현재 국보지정분과위원회에는 문화재위원회 각 분과위원장과 김홍남 국립중앙박물관장, 유영렬 국사편찬위원장이 참여하고 있다.

원래 국보 지정도 문화재위원회 각 분과위원회가 전담했다.
그러나 1992년 국보 274호로 지정됐던
‘거북선에 장착했던 총통(銃筒·포의 일종)’이 당시 만든 위조품이었음이 1996년 검찰 수사 결과 밝혀지면서
 국보 지정은 문화재위원회의 각 분과위원장이 대거 참여하는 방향으로 1997년부터 바뀌었다.
  • 1869년에 다시 지은 보물1호 동대문
 
◆지정 번호와 중요도의 관계는?

국보와 보물 등에 메긴 순서(번호)는 해당 문화재의 중요성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국보 1호 남대문(숭례문)은 국보 24호
석굴암보다 ‘몇 단계 더’ 중요한 것일까? 전문가들의 대답은 “아니다”이다.

하지만 국보 번호 교체 요구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있어 왔다.
감사원은 지난 2005년 “국보 1호를 교체할 것”을 문화재청에 권고한 적이 있다.
 남대문보다 훨씬 중요한 문화재가 많은 데 굳이 남대문을 국보 1호로 삼아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1996년 김영삼 정부 시절 때도 국보 1호 교체 여부가 문화재위원회에 회부된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문화재위원회는 “할 수 없다”라고 답했다.

문화재위원회는
“국보에 붙은 번호는 해당 문화재의 서열이나 중요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 번호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
일부에서 “일제가 1934년 조선보물령으로 문화재를 지정하면서 남대문을 보물 1호,
동대문을 보물 2호로 지정한 것이
광복 이후에도 그대로 이어졌다”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렇게 반박한다.

“일제 강점 당시 일본이 우리나라 유물은 보물로만 지정했던 것을,
광복 뒤 전문가들이 광범위하게 논의한 끝에 국보와 보물로 나누어 지정했다
현재의 국보와 보물 번호는 1962년 시행된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지정된 순서대로 번호를 부여한 것일 뿐이다.”

퀴즈 하나. 국보 274호는 무엇일까? 정답은 ‘없다’ 이다.
1996년 가짜임이 밝혀져 바로 국보에서 해제된 ‘귀함별황자총통’이 국보 274호였다.
국보나 보물이 가짜이거나, 화재로 불에 타는 등 없어지면
그 문화재는 국보나 보물에서 ‘해제’되고, 해당 번호는 ‘영구 결번’된다.
국보 307건 중 국보 274호만이 ‘영구 결번’이다. 보물 1505건 중에는 27건이 ‘영구 결번’ 상태다.